*이 글에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 1933년은 민족말살 통치기
1910년 국권을 빼앗긴 이후, 조선은 35년간 일제 강점하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35년의 시기를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평가하며 그중 1930년대는 가장 잔인한 통치가 이뤄졌다고 평가 받습니다. 민족말살 통치 기간에 한반도는 '내선일체'를 내세우는 총독부의 통제하에, 일제의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한 병참기지로 활용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을 전쟁에 강압적으로 동원되었을 뿐 아니라 조선어 사용 금지, 창씨개명 등 몸과 정신 모두를 일제에 통제받았었습니다. 1930년대는 일제강점기 중 가장 잔인했던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영화 '유령'에서 등장인물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선 일본어를 사용하였으며, 신문이나 영화 포스터 등 '유령' 속의 글과 말에서 한국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를 쓰고 일제 정책에 순응하여도 조선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인해 우리 조상들은 차별적 대우와 무시를 당했어야 했습니다. 이 또한 영화에서 잘 나타났는데, 바로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던 무라야마 준지(설경구 분) 캐릭터가 그런 조선의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선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명문가 군인 집안 출신으로 총독부에 충성하였으나 조선인이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유령으로 의심받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러한 인물적 배경으로 인해 조선인의 피를 가진 그가 영화 초기부터 그 누구보다 유령 찾기에 혈안이었던 캐릭터로 그려진 점은 가장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유령.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포를 의심하고 고발하라
이 영화는 '유령'이라고 하는 항일 스파이 단체의 조직원을 찾는 것을 주 스토리로 합니다. 총독부 소속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 분)의 명령으로 5명의 조선인 총독부 직원들을 외 딴 호텔에 구금하며 영화의 내용이 진행됩니다. 무라야마 준지(설경구 분), 박차경(이하늬 분), 이백호(김동희 분), 천 계장(서현우 분), 요시나가 유리코(박소담 분) 이 5명의 인물들은 서로 각각의 이유로 끌려왔으며, 자신이 유령이 아님을 증명함과 동시에 자신을 제외한 4명 중 유령 조직원을 찾아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른 채로 끌려온 그들이지만 자신들이 살아 나가기 위해서 동포를 의심하고 고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 시작 부분에 박차경이 유령 조직원임이 스토리 상에 나타납니다.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관객들이 박차경분의 이하늬 배우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서 집중하게 만들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콘텐츠는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호텔이라는 좁은 공간적 폐쇄성을 가진 곳에서 탈출을 위해 5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인물 간의 감정 격돌과 이를 더 고조시키는 박해수 배우의 명품 연기가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미장센 장인이 만든 영화
영화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아름다운 영화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의 가장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아름답다는 것이 역설처럼 들릴 수 있으나 여기서 아름다움은 스토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연출을 향하는 단어입니다. 주 공간이 되는 호텔을 비롯하여, 객실, 극장, 총독부 등 영화 배경이 되는 모든 공간들에서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 외에도 영화 초반에 박차경이 유령 조직원이 되었던 이유인 윤난영(이솜 분)과 비 오는 날 밤, 극장 앞에서 마주쳐 지나가는 장면은 비, 담배 연기, 성냥불 등의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나 대본의 대사를 더욱더 명품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영화에서 풍기는 연출적 우아함으로 인해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더욱 구슬프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높은 수준의 연출로 인해 상대적인 부족함으로 느껴졌던 걸까요, 아니면 스토리의 문제였을까요, 영화 예고편을 통해 가졌던 기대감을 영화 본편에서는 충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캐릭터들 간의 심리 싸움이 주는 스릴이 이번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하였으나 영화의 전체 흐름은 그것보다는 액션에 집중된 것 같았습니다. 유령이 누구인지를 찾는 영화라기보다는 누가 총을 가장 잘 쏘나에 집중된 듯한 구성이 이 영화를 2번 보고는 싶지 않은 영화로 만들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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