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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 누가 동림인가

광주여자 2023. 2.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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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은 1983년 버마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을 방문한 당시 대통령 전두환을 암살하려 했던 북한의 폭탄 테러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얀마 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17명과 미얀마 관계자들 7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어찌나 당시의 상황이 참혹했는지 현장 근처에서 취재 기자가 사건을 기록하였으나 잔혹한 장면들이 많다는 이유로 기록물들은 사건 발생 1년 후에 공개되었습니다. 수많은 사상자들을 낳은 끔찍한 사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목표로 했던 전두환은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천운으로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후 북한 공작원 3명은 전부 체포되어 사형, 무기징역을 선고받거나 체포 과정 중 사살되었습니다. 북한에 그 책임을 물으려 하였으나 북한은 자신들은 모르는 사건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건의 발생지였던 미얀마의 정부에서는 공식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사과하고 북한과의 외교를 단절하는 것으로 테러 사건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영화 후반부쯤에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스토리가 주요 비중을 가진 씬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자와 그 자를 쫓는 자의 대결인 만큼 영호 속에서는 해당 씬은 대통령 암살 그 자체보다는 그 두 입장들 간의 감정 격돌이 중심이 되어 표현되었습니다.

 

한 명이지만 한 명이 아닌 동림

영화 헌트는 동림을 찾는 영화입니다. 동림은 북에서 보낸 스파이로, 대통령을 암살하는 목적을 가지고 안기부 조직 내에 숨어든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안기부 해외 팀 차장인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 팀 김정도(정우성 분)가 서로를 용의 선상에 올려두며 혈안이 되어 동림을 찾습니다. 두 팀은 동림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목표로 하여,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는 그 대상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며 동림을 색출하는 데에 총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들이라면 동림이 하나가 아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해방 이후 남과 북이 갈라지고 남한은 군부가, 북한은 김씨 정권이 통치하는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만 보더라도 북한은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공작원들을 북한의 국민이 아니라며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공작원 3명은 타지에서 쓸쓸히 죽어갔습니다. 이와 같이 수많은 피해자들을 목격하면서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에서는 진정한 나라와 훌륭한 리더를 원하는 국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꼬집었고 박평호와 김정도는 그러한 국민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위치와 입장에 섰지만 목표는 같았습니다. 이 영화는 의심 속에서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행되는 박평호, 김정도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주요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볼 것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영화

영화 헌트는 이정재 배우님이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데뷔한 첫 영화입니다. 이정재 님의 첫 영화라는 점으로 기대를 받고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이 영화는 절정에 가기까지 여러 반전 포인트들과 스토리를 가지며 풍성한 콘텐츠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점에 있어 호평을 주고 싶으나 평일 내내 일에 치이다가 쉬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에 영화관을 찾은 저에게는 너무 버거웠던 영화였습니다.

어두운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주연 배우들의 계속되는 감정 격돌이 진행되며 무거운 분위기와 화려한 액션들, 그리고 여러 인기 배우들의 특별출연, 방주경(전혜진 분)과 조유정(고윤정 분) 등 조연 캐릭터들 각각이 가지는 자신들의 스토리들 등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 쓰며 감상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볼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 영화였지만 2시간 5분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에 저는 푹 쳐진 배추가 된 듯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힘을 주고 본 듯이 어깨가 뭉친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첫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잔뜩 들어간 이정재 배우님의 힘이, 저에게 느껴져 저도 힘을 빡 주고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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