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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복순 : 엄마가 된 킬러짱

광주여자 2023. 4. 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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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킬러도 애 키우는 건 어려워

길복순(전도연 분)은 거대 살인 청부 집단 MK 엔터에 소속된 킬러입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배정된 의뢰는 100% 확률로 성공해 내는 에이스 킬러로 MK 엔터 연습생들은 제2의 길복순을 꿈꿀 정도로 이쪽 업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입니다. 오늘도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에 추가될 살인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갑니다. 그녀의 이번 대상은 재일교포 2세 야쿠자 오다 신이치로(황정민 분)로 복순은 3일 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그를 죽이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관서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이치로와 대적한다는 것이 에이스 킬러인 복순 그녀에게도 힘들었지만 역시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그녀답게 이번에도 작품을 훌륭히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그녀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유일하게 복순을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그녀의 딸 길재영(김시아 분)입니다. 복순은 자신의 중학생 딸 재영을 홀로 키우며 킬러 일도 완벽하게 해내왔지만 요즘 복순은 작품을 마치고 돌아와 딸 재영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딸에게 솔직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보며 킬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합니다. 그래서 복순은 이번 계약이 끝나면 MK 엔터와 재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계속 MK 엔터 대표이자 어릴 시절 복순이 킬러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차민규(설경구 분)가 복순과의 재계약을 위해 조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지만 복순은 그때마다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며 계약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복순은 무사히 차민규와 MK 엔터에서 벗어나 오롯이 재영의 엄마로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내겐 너무 가벼운 영화

영화 길복순은 살인이라는 무겁고 잔인한 키워드를 가볍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복순과 친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복순이 자리에 안보이는 동료의 행적에 대해 물었을 때, 킬러 출신이었지만 규칙을 위반하여 퇴사한 수근(김기천 분)이 그가 중국으로 출장 가서 죽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 얘기를 듣고도 웃으며 술자리를 이어가는 복순과 동료들을 보면 그들에게 살인과 죽음은 재채기 보다도 가벼운 존재입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살인이 그 세계에선 라면 끓이는 것보다도 쉽게 표현되는 극의 분위기가 저에게 영화를 신선하고 세련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벼웠던 걸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무엇인가 심심한 느낌도 함께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계속되다가 이제 뭐 좀 시작하겠구나 했는데 영화가 끝나 버렸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등 뛰어난 배우들과 신선한 콘셉트로 3월 31일을 기다리게 한 영화였으나 복순의, 복순을 위한, 복순에 의한 영화로 복순이라는 캐릭터 외엔 어떤 캐릭터도 남지 않았고 스토리도 남지 않은 듯한 아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길도연 같았던 그녀의 흡입력

전도연 배우의 연기력은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전도연 배우님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길복순 개봉을 기다려왔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감정은 영.영.전.전(영화는 영화고 전도연은 전도연이다)이었습니다. 영화가 아쉬웠다는 평은 별개로 전도연 배우는 너무나도 훌륭했다는 의미입니다. 전도연 배우가 대사를 할 때엔 연기가 아니라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큰 액션이 없지만 그녀의 표정은 길복순이 되어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복순의 딸 재영이 복순의 직업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서 딸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복순의 슬프고 착잡한 감정을 전도연 배우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길복순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영화라고 느꼈던 이유가 심심한 스토리 때문인지 너무나 뛰어난 전도연 배우의 캐릭터 소화 능력 때문인지 헷갈릴 정도로 전도연 배우의 극 장악력은 대단했었습니다. 길복순을 안 본 눈이 있다면 다시 사서 처음 본 것처럼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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